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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어린 아이 눈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세상사
시니어모델 조회수:13 110.70.16.97
2021-06-26 17:59:42



사람으로 태어나 어렸을때부터 나이가 든 성인이 될때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가며 비로소 한 인간의 인격체로 거듭나서 묵묵히 살아간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쯤으로 처조카인 우영이가 유치원에 다녔을 때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유치원에서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은 원생들이 살고 있는 시내 곳곳을 돌며 버스가 목적지에 하차할 때마다 학생들을 질서정연하게 내려주던 어느날,

버스가 집 앞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학부모들이 미리 마중나오는 것이 보통인데, 이날 따라 아버지가 경운기에 채소를 싣고 시장으로 가던 중에 버스를 발견하자 경운기에서 내려 우영이를 맞이하려고 하는데,

우영이가 아버지를 보자마자 고개를 돌리면서 버스안에서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작업복 차림의 초라한 아버지 모습을 또래 친구들한테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닌가.

금방까지 왁자지껄 떠들어대던 아이가 왜 갑자기 꿀벙어리가 되니까 선생님은 이해가 안되었던지 우영이에게 ^우영아! 아버지잖아 빨리 내려야지^ 말을 건네 보지만 끔쩍하지 않으며 시쿤둥했다.

반갑게 맞이할 줄 알았던 자식이 뜻밖에 모른 체 하기 때문에 아버지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초췌한 모습이 겸연쩍은 그만 허탈감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우영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향했는데, 이 때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던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는 우영이를 바라보더니,

^우영아? 아빠가 금방 시장에  갔는데 아빠를 봤니? 물어보니까 우영이는 ^안봤어^ 대답하며 어머니에게 아버지를 보고도 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북부시장에 채소를 다 부리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1시간 전에 있었던 내용을 우영이 엄마에게 이실직고 하니 자연스럽게 사실이 들어나고 말았다.

추석 명절에 처갓집에 갔을 때 직접 처남으로부터 들었던 말이라 자식 앞에서 부모노릇하기가 힘이 든다는 생각으로 나 또한 막중한 책임감 같은 걸 느꼈다.

아직 세상 물정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사리판단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어린이한테서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하는지 기성세대인 우리들에게 많은 의미를 주고 있어 머리가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세상 이야기인 것 같아서 흥미롭게 느껴졌다.

다른 집의 부모는 옷도 곱상하게 입고 반듯한 직장에 나가는데, 자신의 부모는 흙과 먼지로 얼룩진 옷을 입고 농사를 짓는 모습이 창피하게 느낀 것같다.

못 입고 못 사는 집에서 자란 아이들치고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을 갖는 건 당연한 것이기에 자식을 향해서 꾸짖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른들이 심심찮게 하는 말 ^눈물어린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할 자격이 없다.^는 말처럼 이런 아픔을 겪어야 훗날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 어린애였던 우영이의 나이는 지금쯤 40 가까이 되었을 것이다. 우영의 머릿 속에 자리한 아버지 모습을 지금도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우영이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초췌한 모습이 맘에 안들었다면 정작 본인도 성인이 되었으니 반듯한 아버지상으로 살고 있기를 기대했는데, 우영이는 의외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살아가고 있기에 숙연한 생각이 들었다.

우영이는 또래 친구들과 같이 초, 중등,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해서 군대도 다녀오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자신의 진로를 바꿔 신학대학교로 가더니 그 어렵다는 천주교 신부님이 되어서 색다른 인생길을 가고 있는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봐야 할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성직자가 되어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런 것을 두고 사람 팔자 시간 문제라는 말과 함께 인간사 새옹지마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 사는 거 거기서 거기라고들 손쉽게 말을 하지만,

분명히 말해서 우영이는 성직자로서의 고뇌의 길을 걷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확연히 다른 차원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 앞으로의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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