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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여럿이 모인 곳에는 늘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시니어모델 조회수:76 110.70.16.5
2021-02-07 16:32:39



세상에! 이렇게 예쁜 그녀가 또 있을까? 알록달록하게 장식된 조화로운 투피스 차림이 고운데 그 사이사이에 빛을 발사하는 꽃무늬까지 품고있어서 보기만 해도 내내 황홀하기만 하다.

자고로 미인은 누가 뭐래도 콧대가 높고 주위사람들 한테는 쌀쌀맞기 마련인데, 그녀는 예외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켜본다. 같은 또래 친구들이 말을 붙여도 대꾸도 안하고, 같이 놀자고 해도 무시하며 왠지 획 지나버릴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시 후 그녀곁에 어떤 친구가 졸졸 따라가더니, 멋있는 반짝이 머릿띠를 자기한테 빌려 달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로 같은 또래 친구들과 말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녀로 보았기 때문에 뭐라고 대답할지 짐작은 했었지만 보기와는 완전히 딴판일 정도로 마음 씀씀이는 꽤나 예뻐보였다.

의외로 자기가 예쁘게 코디하던 머릿띠를 그 친구의 머리에 달아주는게 아닌가. 그 친구는 얼마전에 서울에서 시골학교로 전학을 온 미숙이란 친구였다. 아버지 직장 따라 서울에서 시골학교로 전학을 와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 그런 친구에게 선뜻 머릿띠를 내주는 그녀의 마음이 천사같이 예뻐서 이를지켜보는 내내 나는 즐거웠다.

여럿이 모여 있는 곳엔 늘 눈에 띄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데 티를 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그런 사람은 꼭 있다. 타고난 용모나 마음씨 덕분일 수 있지만,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나이 칠십에 이르다보니 그동안에 살아온 내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기에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진 요즘의 나를 되돌아 보게 된다.

어린 시절 낯선 시골학교에 전학 온 미숙이에게 따스한 마음을 보여준 그녀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그녀 이름은 인선이다. 우리 학년 또래 친구들 중에서 가장 예쁜 친구로 통하는 한마디로 말해서 남학생들의 로망이었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다.

그도 그럴것이 학예회발표가 있는 강당에서 그 당시 시골학교에서 바이올린 독주도 하고 우아한 무용까지 선보였던 다재다능한 친구는 우리 학교에 딱 한 사람 인선이가 유일하기 때문에 그 당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하다. 그뿐이 아니다. 공부도 전교에서 1등을 할 정도로 못하는게 없는 영특한 친구였다.

나중에 알고보니까 인선이 역시 서울에서 태어나 잠시 시골로 내려온 친구로서, 새로 전학 온 미숙이의 심정을 헤아려서 그런지 누구보다도 더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것이다.

결국 사람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걸 보면 분명히 서울애들과 시골애들은 노는 물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같았다. 시골에서 농사지며 끼니 때우기가 급급한 그 당시에 서울에서 전학 온 두 친구의 부러운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려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이 시간이 어쩌면 내 인생의 출발점이었다걸 생각을 해보니까 감회가 새롭다.

그 당시 집안도 좋은데다가 실력까지 겸비한 인선이란 그 친구는 그만 한 학기가 끝나고 2학기를 맞이했을 때 아쉽게도 서울로 다시 전학을 갔었는데,  나중에 소문으로 듣기로는 명문 중학교로 진학했다는 말까지는 들은 적이 있다.

그토록 예쁜 인선이는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잘 성장해서 지금쯤 어디에선가 잘 살고 있겠지. 아니 요즘의 화두에 맞게 재물복도 따라와 노후걱정도 없이 자식들 또한 속 썩이는 일 없이 잘 살고 있겠지.

내 마음 한 구석에 한동안 오래도록 자리했던 인선이가 떠오른 학창시절은 언제나 아름답기만 하다. 마음속에 간직한 추억이 묻어 있어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은 눈에서 멀어지면 잊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이름까지는 잊을 수가 없는걸 보면 그것이 곧 추억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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