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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가을 햇빛이 가장 고울 때는 저녁노을이다.
시니어모델 조회수:13 118.235.16.254
2021-10-02 20:09:07



얼마전 우리 집 텃밭에 경종배추와 무우씨를 심었는데,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모습이 하도   대견스럽게 보여서 가을을 만끽하기 충분하다.

가을이 찾아와 내 생활은 큰 변화가 없는데도,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은 쓸쓸하다. 가을이 주는 상념이랄까? 가만히 있어도 우울할 정도로 가을을 타는 것같다.

이런 현상은 나이가 들어가는 징조랄까? 정원 한 쪽에 있는 대추나무까지 옆집의 무궁화나무 진드기병에 감염되어 하나도 열리지 않을 뿐더러 잎사귀마저도 말라 비틀어져 마음이 더 아프기만 하다.

자연이 주는 탐스러운 가을의 기쁨은 분명히 있거늘, 그 이면에는 지금껏 온갖 꽃을 피우던 나무들도 하나 둘씩 갈색으로 변하고, 끝내는 낙엽으로 떨어지는게 가을을 맞이하는 세상의 이치인 것 같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생각이 깊어지는 사색의 시간을 갖으며 길가에 핀 소담스런 가을꽃에 심취해서 내 자신의 처지에 맞춰서 비교하는 버릇이 있다.

지금껏 봄과 여름을 거친 내 삶의 여정은 어쩌면 땀으로 도배했기에 여한이 없다. 그래서일까 가을이 오면 누구나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리려고 한다.

혹자는 ^가을은 수확을 거두는 농부의 계절이다^라고 말을 한다. 꼭 논밭을 일구는 농부만이 농부가 아니고, 어찌보면 우리 모두가 농부라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우리 인생 자체가 밭에 씨를 뿌려서 그걸 가꾸는 여정이 곧 농사를 짓는 농부와 같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저녁 노을앞에 서면 그 삶이 아름답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내 몸을 스치면 생각나는게 있다. 꽃은 비록 지더라도 열매는 맺을 것이고, 그 잎은 땅바닥에 떨어져 결국에는 한 줌의 거름이 된다.

그래서 인생은 꼭 허무하다고만 말할 수가 없다. 요즘같은 가을 중에서 가장 햇빛이 고울 때는 저녁 노을이다. 석양이 곧 인생인 것처럼 꽃잎이 가장 붉을 때도 가을이기 때문이다.

가을이 물씬 익어가는 10월이 왔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 시인들은 바빠진다. 수확의 기쁨보다도 오히려 떨어지는 낙엽의 아픔을 더 노래하고 싶어한다.

가을은 확실히 감상의 계절인 것같다. 쓸쓸하고 허전함을 느끼게 하고, 떠나간 님도 더욱 그리게 할 정도로 가을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정서가 있어서다.

혹자는 봄은 처녀에 비유하고 가을은 총각에 비유한다. 그래서 봄에는 여자가 바람이 나기 쉽고, 가을에는 남자가 바람이 나기 쉽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다시 말하면 봄에는 여자가, 가을에는 남자가 더 다정다감하다는 말이기 때문에 가을이 오면 남자들이 더 쓸쓸해서 외로움을 탈 수밖에 없는게 아닌가!

지난 주에는 뒤뜰에 있는 감나무에서 당도가 좋은 대봉을 따 다용도실에 보기좋게 널어 놓았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정도로 역시 가을은 먹을 것이 많다.

풍성한 열매 앞에서 나는 농부의 마음을 헤아린다. 농가에서 흔하게 하는 말, 열매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서 자란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작물을 한번쯤 길러본 사람은 다 안다. 열심히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도 모든 씨앗이 풍성한 열매가 꼭 맺는건 아니다. 그만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년들어 유난히 계절에 대한 감흥이 많은건 예년에 볼 수 없는 우울증 때문인 것같다. 코로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어 버려서 마음놓고 밖에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해가 질 무렵 우리 집 옥상에 올라가 서해바다로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기가 막힐 정도로 풍광이 아름다워 마음의 위안을 삼을 만하다.

가을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마음의 평화와 넓다랗게 펼쳐진 십자들녁엔 온통 노랗게 물드는 모습 또한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낭만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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