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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우리집의 감나무는 오래된 나의 친구다.
시니어모델 조회수:25 118.235.16.132
2021-06-05 17:04:41



우리 집 건물 뒷마당에는 수십년이 훌쩍 넘게 자란 감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오늘도 위풍당당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어서 보는 내내 뿌듯하다.

이처럼 오랜 세월을 이겨내며 아랑곳하지 않은 이 감나무가 나에게는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을 받아서 좋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어김없이 감나무 가지와 잎들이 우리집 작은 방에 그늘과 바람을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른 봄에 감꽃이 필 때 느끼는 꽃향기가 어떤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집 실내까지 번지는 그 향기는 너무도 강열하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병충해가 기성을 부리지 않아서 감나무 잎이 윤기있게 잘 자라고 있다.

여름을 맞이하면서 감꽃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서 작은 열매가 탐스럽게 맺혀가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설익은 땡감은 바람을 맞으며 땅바닥에 떨어지게 된다.

감이 한창 익어갈 때가 되면 어떤 날엔 한 밤중에도 감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 때 듣는 소리는 제법 커서 잠시 놀라기도 한다. 아침에 나가보면 홍시가 아까워서 손으로 잘 닦은 후에 입에 넣어 먹기도 한다.

이처럼 감나무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다보니까 힘에 부쳤다고나 할까, 내려놓아야 하겠다는 뜻으로 미련없이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또 떨어뜨린 것이 아닌지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는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오면 우리집 식구들에게 필요한 양만 남겨놓고 바닥에 내려놓는 걸 보고우리가 사는 세상을 비추어 본다. 사실 껴안고 품은 것이 많으면 내려놓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인간사인데 감나무는 그렇지 않아서 나로선 배우는 게 많다.

십 여 년전에 이 곳에 이사 올 때만 해도 그다지 큰 나무는 아니었다. 원래는 이 곳에 두 그루가 있었는데, 그 중 한 그루가 5년 전에 태풍이 강타하여 그만 송두리째 몸통이 뽑혀 부러지는 수난을 겪었었다.

이렇게 남은 감나무 한 그루가 우리 집의 수호신이 되어 지키고 있는걸 보면 대견스럽다. 종자가 대봉이라서 그런지 단맛도 기가 막히고 크기도 커서 배고플 때 감 하나만 먹어도 허기진 배가 부를 정도다.

특히, 내가 감을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은 홍시가 되어 오래도록 보관하기가 어려울 때 작은 통에 집어넣어 냉동고에 오래 보관해서 이듬해 여름에 더울 때 꺼낸 후에 녹여서 수저로 파먹는 그 맛은 일품이다.

감나무 특성 상 감은 매년마다 많이 열리는 게 아니다. 격년으로 감이 열리는데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해거리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을 한다. 지금 우리집 감나무를 봤을 때 분명히 금년에는 감이 주렁주렁 열릴 것같다.

나는 그동안 감나무에 특별히 거름을 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거름을 듬뿍 주었고, 먹고 남은 음식과 한약재 찌꺼기도 나무 아래다가 파묻어 주었다. 그런지는 몰라도 올해의 현재 감나무 상태는 매우 양호한 편이다.

시골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터득한 노하우가 빛을 보는 한해가 될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우리 인간사가 그러하듯 내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서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사는 반려동물과 식물을 잘 보면 알 수 있듯이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고, 소의 크기는 농부의 풀을 베오는 등짐 수에 따라 다르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우리들에게 친숙하게 들려주는 감에 대한 노래 한 곡이 유명해서 이를 음미해 보려고 한다.

홍시가 열리면 어머니가 생각난다는 가황 라훈아의 노래가 감미로워서 좋지만,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것은 노랫말 하나하나에 묻어나오는 아름다운 시상과 음율에 흠뻑 빠져서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홍  시 

              (1)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맞을 세라
비가 오면 비젖을 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 세라
사랑 땜에 울먹일 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2)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회초리 치고 돌아앉아 우시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바람 불면 감기들 세라
안 먹어서 약해질 세라 
힘든 세상 뒤쳐질 세라
사랑 땜에 아파할 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도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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