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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흐느적거리는 유모차에 애착을 갖는 이유
시니어모델 조회수:26 118.235.16.250
2020-11-15 20:07:24



퇴임 후 아파트 생활을 접고 한가하게 전원생활을 하려고 시골로 이사와서 살게 된지도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버렸네요.

금강하구 근처인 철새도래지로 겨울이면 장관을 이루는 이곳에다 둥지를 틀었을 때만 해도 우리 동네 주민의 연령대는 대부분 70대였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주민의 세대수가 줄어들은 데다가 대부분의 고령층인 80대 이상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까 길거리는 썰렁하고, 각 집마다 자녀들은 부모곁을 떠나 도시에서 따로 살다 보니까 일상 자체는 단조롭게 쓸쓸히 살 수밖에 없습니다.

가끔씩 마을의 길거리를 오가는 동네 어르신을 뵙게 되는데 이분들 중에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다니시는 분이 간혹 계시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허리가 굽은채로 유모차에 의지해서 걸음을 옮기시는 분이 많습니다.

이처럼 허리가 굽은 어르신들을 우리가 사는 주변어디를 가더라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노인인구가 우리나라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은 일본의 길거리에선 허리 굽은 노인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삶 자체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요.

내가 이 곳에 이사올 때만 해도 모두들 어르신들이 꼿꼿하게 다니셨는데 어느새 허리가 굽어서 유모차에 의지하지 않으면 좀처럼 다닐 수가 없게 돼버려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해집니다.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오늘도 내가 본 어르신은 다른 여느 때처럼 텃밭에 일을 하러 나가십니다. 불편하신 몸으로 일하시는 모습이 걱정스러워 그만 쉬시라고 말을 건네면 ^이것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하시면서 유모차를 가리키시곤 합니다.

그렇지만 어르신은 이런 유모차를 오래도록 끌고 다니다 보니까 흐느적거릴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아마도 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어르신처럼 유모차 또한 노쇠해버린 것입니다.

^아들한테 유모차 한 대 사달라고 하세요?^ ^아냐 아직은 괜찮아^ ^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바꿔 ~ 그냥 쓸꺼야^ 어르신의 말을 듣고서 쓴 웃음을 지었는데도 내 마음속으로는 씁쓸했거든요.

이렇게 말하는 어르신을 대하는 순간에 이미 작고하셔 더 이상 볼 수없는 내 어머니 얼굴이 떠오르며, 어머니께서 생전에 계실 때 편하게 모시지 못했던 불효한 마음이 울컥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효도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가 되면 이미 부모님은 세상을 떠난버린 뒤라서 더욱더 후회가 막급할 수밖에요. ^부모님은 자식의 효도를 결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옛 성현의 말씀이 뇌리속에 스치곤 했습니다.

늙은 노인의 다리가 되어주는 유모차!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어르신을 위해서 손발이 되어주는 유모차!

나이가 들어 어디를 가고 싶어도 마음놓고 편하게 갈 수가 없는 길을 느릿느릿 해서라도 갈 수 있겠끔 걸음을 보조하는 유모차가 정겹기만 합니다.

이런 유모차는 어찌보면 어르신들에게 세상을 향해 걷는 유일한 도구로서 삶의 지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위태롭게 걸음을 떼시는 보행 보조기능 뿐만 아니라 때로는 어르신께서 마트 갈 때도 장바구니로도 활용할 수있고, 의료용 보행기인 휠체어 기능까지도 어느정도는 겸비했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의 일상을 같이 할 유모차는 앞으로 다가올 이번 겨울에도 진가를 톡톡히 발휘할 것입니다. 유모차가 휠체어처럼 비록 거추장스럽지도 않지만, 눈이 오더라도 마음껏 짐을 싣고 눈길을 걸을 수 있어서 미끄럼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요.

이러니 어르신께서 흐느적거리는 유모차에 대해 유독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살면서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내 감성이 더 소중하다는 것과, 또 하나는 살아보니 별것 아닌것도 내 곁에 두면 별것이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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