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ABOUT > STORY
STORY

STORY

게시글 검색
(28) 어릴 적 농번기 방학때 먹은 밥맛의 추억
시니어모델 조회수:28 118.235.16.109
2020-04-23 01:00:07



2020년에 들어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학생들이 학교에 못가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사실상의 방학을 맞이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하루빨리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내 어렸을 적 농촌의 바쁜 일손을 돕기 위해서 특별한 농번기 방학이 있었기에, 수십년이 흐른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이때가 내겐 아련한 추억이 되는 것같아 잠시 필름을 돌려서 동심의 세계로 빠져볼까 한다.

그날을 기억하자니 아마도 누렇게 익은 나락(벼)을 베는 날인 것같다. 나는 뒷마당에 있는 화덕으로 가서 불을 때고 심부름도 하면서 바쁜 어머니를 도왔다.

정오를 알리는 소방서의 오포(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면 이윽고 어머니는 지푸라기로 엮어 만든 동아리에 밥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1km가 넘는 논으로 허겁지겁 간다.

나락을 베고 있던 옆집 아줌마가 허리를 펴고 논두렁을 쳐다보다가 밥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오는 어머니를 발견하면 일 하다말고 급하게 뛰어가서 밥 광주리를 인계받는다.

늘 보리밥을 먹지만 오늘은 쌀밥이고, 반찬 또한 다른 날에는 구경도 못한 생선과 고기 등 갖가지 음식이 푸짐하게 벌려놓으면 어느새 어른들이 편한대로 둘러앉아서 점심을 먹게 된다.

고춧가루가 약간 뿌려진 토막난 갈치를 보는 순간 내 입에선 군침이 돌고, 엷게 썰어진 무우가 많이 들어있는 고등어찌개도 맛있게 먹는다. 콩나물무침, 그리고 한 사람 앞에 한 그릇씩 놓여있는 소고기국까지 먹는 기쁨을 만끽한다.

그래도 제일 맛있는건 갖가지 양념이 빨갛게 묻어있는 겉절이 김치다. 나는 김치가닥 하나를 뚝 떼어서 밥숟갈 위에 올려놓고 먹다보면 밥 한그릇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금새 밥 두그릇을 해치운다.

들판에서 먹는 밥맛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요즘은 TV를 켜면 음식 레시피가 마구 쏟아지고 맛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아무리 그럴싸한 경양식이라 할지라도 그때 그 들판에서 먹었던 그 맛에는 따를수가 없다.

그 당시 학교에서 가까운 산으로 소풍가서 먹었던도시락도 맛있었지만, 농번기 방학때 들판에서 먹은 밥맛보다는 못하다. 들판에서 밥을 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들판에서의 찬거리는 매운 김치가닥 하나만 있어도 그지없이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댓글[0]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