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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따뜻한 온기가 흐르는 추억이라서 좋다.
시니어모델 조회수:20 118.235.16.109
2020-04-06 00:23:39




한번은 하도 배가 고파서 친구들 세 명이 농촌시험장 내에서 재배하고 있는 당근을 먹어볼 욕심으로 철조망을 넘어들어간 적이 있었다. 시험장의 밭두렁에는 갖가지 작물을 실험재배하고 있는 곳으로 철저히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요즘 유행하는 간 큰 남자들의 행각처럼 사리행위를 거리낌없이 자행했다.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우리는 흙속에 묻혀있는 당근을 빼들고 각자가 준비한 신주머니에 꽉 집어넣고서 철조망을 빠져 나오는 순간, 시험장 직원에게 발각되어 붙잡이고 말았다.

붙잡힌 우리들을 관사로 끌고들어가 무릎을 꿇게 하고 손을 들게 하는 혹독한 기합을 받았는데, 기합을 준 아저씨께서 우리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신주머니 속에서 꺼내놓은 당근 한 아름씩을 나누어줌으로써 결국에는 당근을 먹을 수 있었던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세월이 흘러 황혼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지금에 이르러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말 씁쓸한 웃음이 나올수밖에 없다. 옆집에 살아도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르는 아파트생활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좋은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되고 있지 않은가.

비록 못 입고 못 먹던 내 유년시절의 에피소드 3가지 사례를 통해서 살펴 보았지만, 너무도 가슴이 찡한 나눔의 정을 맘껏 느꼈기에 그 시절이 자꾸 그리워지는 것이다. 다들 살기가 어려운 가운데도 오히려 이웃과 나눠 먹는것을 먼저 생각하는 미풍양속이 요즘보다도 더 짠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시대상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물로 양을 채우고, 고구마로 끼니를 이어가는 팍팍한 시절에 온동네를 쏘다니며 개구쟁이 짓을 도맡았던 내가 지금까지도 더욱 더 그리워지고 있다. 늘 못 먹고 못 입어 의식주가 변변치 않았어도 그때 같이 뛰어 놀던 깨복쟁이 친구들이 보고 싶다.

사랑은 이렇게 비록 사는 것이 넉넉치 않고 부족한 가운데에도 이웃들끼리 콩 한조각이라도 나눠 먹었던 그때가 오히려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보다도 더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것같다. 내 유년시절이 이렇게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 가슴속에 아름다운 울림으로 남게 된 추억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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